방랑90
●방랑시인 김삿갓 02-(90) * 돈이 갖는 마성(魔性) 김삿갓은 죽향이 타고 있는 배가 시시각각 멀어져 가는 모양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부랴부랴 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별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는 산속에 파뭍혀 버리는 것이 제일이기 때문이었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오니, 산골짜기에는 철쭉꽃이 붉게 피어 있었고, 숲속에서는 온갖 새들이 청량한 소리로 지저귀고 있었다. 훈훈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이별의 슬픔을 달래며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어 오는 것 같았다. 사람은 누구나 만남 뒤에는 이별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조차, 영원이 함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은 만고의 이치가 아니던가. 김삿갓의 끝없는 방랑의 발길은 계속..